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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2016. 6. 27. 22:50


알고보니 예리가 짱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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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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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2016. 5. 20. 00:41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다. 누나와 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다. 아빠는 자꾸만 밖으로 돌고, 엄마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누나를 사랑했고, 누나도 할머니를 아주 좋아했다. 누나는 할머니가 사준 싸구려 다람쥐 인형을 매일매일 끌어안고 잤는데, 고등학생 때 엄마가 그 인형을 내다 버렸을 때 펑펑 울었다. 

  누나와 난 어린 시절 자주 다퉜다. 연년생 남매가 다들 그렇지 뭐. 별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다퉜다.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다툼이 벌어졌고 할머니가 그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나는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며 할머니 눈치만 살피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런 나를 끌어안고 누나를 심하게 혼냈다.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할머니는 왜 애 기를 죽이냐며 누나를 몰아세웠고, 역시 애였던 누나는 영문도 모르는 채 펑펑 울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남성-일반의 반응은 절망적이고, 해결의 가능성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의 제목 참사는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그 누구도, 이토록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적잖은 이들의 추모 행렬에서 드러난 동력을 어떻게 공적인 의의로, 나아가서 체제의 변화로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친구 말마따나 이 나라는 망해버려야 한다.


  남성이 살기 편한 사회에서 거진 30년을 이성애자-남성으로 살며, 나 역시 약자들 앞에서 많은 잘못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네가 말할 자격이 있느냐? 하면? 글쎄. 할 말이 하나도 없다. 


떳떳지 못한 입장이지만 그래도 용기내서 적는다.

정말 미안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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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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